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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에코힐링/2017 에코힐링 봄 호

결핍을 에너지로 바꾸는 녹색의 힘

 

 

 

 

 

 

 

 

 

 

 

 

 

 

 

 

 

 

 

 

 

 

 

 

 

 

 

 

 

 

 

 

 

 

 

 

 

 

 

 

 

 

 

 

글+사진 이연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 영국 그린 짐(Green Gym) 

 

 개인과 지역사회의 행복을 이어주는 숲
 행복한 개인, 건전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움직임이 영국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행복은 개인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개인의 행복은 건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건강은 목적이 아닌 행복해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인간 건강과 환경과의 관계 및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는 비단 신체적인 건강, 물리적인 환경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상호 유기적 관계 속에서 서로를 조화롭게 보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도록 구성원과 사회는 고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바로 녹지, 숲이다.
  영국의 그린 짐(Green Gym) 역시 녹지, 숲을 통한 개인(individual), 환경(environment), 지역사회(community)의 회복과 개선을 도모한다. 그린 짐은 1997년 영국 옥스퍼드셔에 거주하던 의사 윌리엄 버드(William Bird) 박사와 BTCV(British Trust for Conservation Volunteers, 2012년 이후 TCV로 명칭 변경)라는 자선단체에 의해 처음 구상된 프로그램으로 1998년 옥스퍼드셔 소닝코먼(Oxfordshire Sonning Commom)이란 곳에서 첫 시범 프로젝트가 실시되었다. 개발 당시에는 지역주민들이 모여 가벼운 신체활동과 나무심기, 작물재배 등의 활동들을 통해 지역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하였다.

 1997년 시작 이래 영국 전역에 95개 이상의 그린 짐 프로젝트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으며, 현재 영국에서 진행되는 그린 짐은 지역주민들의 야외활동뿐만 아니라 기술개발 및 훈련, 지역보건서비스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들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운영현황 보고에 따르면 2014~2015년간 영국 전역에 걸쳐 138개 그린 짐이 운영되었고, 같은 기간 참여자의 95%가 원예기술, 대인관계기술, 팀 리더십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습득하고, 신규 참여자의 70%가 6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 92,874명이 야외 운동을 경험하였으며, 그 가운데 4,714명이 정부의 권장 운동량인 주당 150분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내 공동체 활동을 활성화하다
 그린 짐은 모두가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생활권내 야외활동장소 제공 확대를 비전으로 지역내 공동체 활동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그린 짐은 일차적으로는 참여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증진을 도모하고, 나아가 유휴공간 개선, 녹지공간 조성 및 관리 등 지역사회의 환경개선을 추구한다. 그린 짐의 참여자는 초창기에는 신체적 활동이 필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현재에는 질환자, 지역사회의 소외계층, 노인, 자원봉사자, 지역주민 등 범위가 다양하며 대부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질환자의 경우 의사로부터 그린 짐을 추천 또는 권유를 받고 참여하기도 하며, 지역에 따라서는 그린 짐을 소외계층을 지원하거나 청소년 교화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참여자들의 그린 짐 참여동기도 개인의 건강증진, 관계형성을 통한 친목도모, 자연 또는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일상생활에서의 변화 모색, 자원봉사를 통한 가치실현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린 짐이 진행되는 장소는 주로 야외활동 과제가 있는 곳으로 생활권내 도시숲 또는 관리가 미흡한 도시숲, 유휴공간 등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선정하거나, TCV가 선정하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활동 승인을 받아 정해진다. 주된 활동은 가지 치기, 덩굴 제거, 낙엽 긁기, 울타리 만들기, 연못 관리, 식물 심기, 오솔길 만들기 등 녹지 조성이나 관리를 위한 작업활동들이다.
 활동 중에는 다과와 휴식을 통한 참여자들 간의 교류시간도 마련되어 있으며, 작업 전후에 스트레칭과 같은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통해 근육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며 작업으로 인한 부상을 예방하고 있다. 그린 짐은 보통 최소 주 1회 이상, 1시간에서 최대 4시간 정도 진행한다.

 

 

 

 

 

 

 

 

 

 

 

 도심 내 녹색공간을 누구나 즐기는 생활공간으로
 그린 짐은 그동안 간과되었던 도심 내 녹색공간을 이용공간, 생활공간으로 전환시키고 그러한 과정에서 참여자들에게 건강증진, 새로운 기술 습득, 자존감 향상, 공동체 의식 형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단순히 지역사회에 녹지공간을 제공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유대를 강화하여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으로 보다 나은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활동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녹지에서 이뤄지는 단순한 체육 또는 신체활동과는 목적과 내용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TCV는 그린 짐 운영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정부보조, 개인을 포함한 지역사회의 기부를 통해 확보하는데 이를 위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그린 짐의 홍보와 교육 등에 주력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린 짐은 영국 전역에 확산과 더불어 많은 사례를 통해 그 효과가 지속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여러 보고를 통해 그린 짐은 참여자들의 심신건강 증진에 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활동을 통해 신체활동 증가, 식습관 개선, 근력 강화, 생활습관병 예방, 자신감 및 우울증 회복, 스트레스 완화 등의 효과를 나타냈다. 개인의 건강증진과 함께 그린 짐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 향상, 환경에 대한 지식과 친환경적인 생활습관 실천, 새로운 배움의 기회 제공, 고용기회 제공, 범죄자의 교화 등 지역사회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그린 짐은 단지 개인이나 사회관계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그린 짐을 통한 개인 및 지역사회의 건강증진은 곧 국가의 복지나 의료비용 등을 절감시킨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제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8년 NFP Synergy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 짐의 건강, 레저, 고용에 대한 즉각적인 이익만으로도 2007년 기준 1파운드의 그린 짐에 대한 투자가 1.53 파운드의 사회적 이익으로 환원된 것으로 평가된 바 있다.
이처럼 영국의 그린 짐은 지역사회에 구성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창조하고 지역주민 누구나가 참여하고 어울릴 수 있는 상호 호혜적 사회환경 조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시와 생활권역에 대한 인식 변화로 기존 공간의 재조성 및 환경개선의 필요성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한편 생활권내 도시숲을 지역주민의 치유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의 그린 짐은 생활권내 녹지자원을 통해 개인과 사회적 편익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산림복지서비스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