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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에코힐링/2017 에코힐링 봄 호

나무 위를 걷는 ‘산림 수호천사’

 

 

 

쓱싹쓱싹 톱질소리가 숲을 울린다.
톱밥이 벚꽃 잎처럼 하늘하늘 날리는가 싶더니,
큼직한 썩은 가지가 로프에 매달린 채 땅으로 내려온다.
나무와 사람을 함께 살리는 수목관리.
국내 1호 아보리스트 김병모 부회장은 남다른
숲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나무와 눈높이를 맞춘 사람들
 20미터는 족히 넘는 강릉 오죽헌 노송 숲 아래에 범상치 않은 실루엣이 여럿 나타난다. 잠금고리 수십 개를 안전벨트에 주렁주렁 매단 사람들이 나무를 올려다보며 무언가를 논의한다. 곧 사람 키를 가뿐히 넘는 거대한 새총 ‘빅샷’ 이 모습을 드러낸다. 줄 달린 오자미를 빅샷에 넣고 단단한 가지를 향해 쏘아 올리는 사람들. 로프를 단단히 매단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외줄을 타고 올라간다. 클라이밍과 수목관리 기술을 접목해 나무가 올바르게 생장할 수 있도록 돕는 수목관리전문가, ‘아보리스트(Arborist)’들이다.
 “사다리나 중장비를 이용해 가지치기를 하면 나무가 다칠 확률이 높거니와작업도 제대로 해내기 힘들어요. 썩은 부분을 조금이라도 남기면 그 곳에서부터 나무가 썩어 들어가죠. 저희는 클라이밍 장비와 기술을 이용해 직접 나무에 올라감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저기 보세요. 나무에 상처 하나 안 남기고 썩은 가지를 정확하게 자르고 있죠?”
 김병모 (사)한국아보리스트협회 부회장이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나무줄기 높은 곳에 매달린 동료 아보리스트들이 톱으로 썩은 가지를 정확하게 잘라내고 있다. 그 아슬아슬한 광경에 부르르 몸서리치자 김병모 부회장이 걱정 말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한국아보리스트협회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클라이밍 기술이 작업자들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지켜준다는 것이다.
 “외국의 나무들은 파괴 강도가 높아서 가지에 로프만 잘 매달아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나무들은 파괴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서 나무줄기에 포인트를 하나 더 잡아줘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개발한 클라이밍 기술의 정체인데, 원칙만 잘 지키면 떨어지고 싶어도 절대 떨어지지 못할 정도로 안전하니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사람과 나무를 모두 살리다
 아보리스트의 활동 반경은 가지치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사목이나 위험목을 주변 피해 없이 제거하는 일, 오염되지 않은 나무 상층부의 종자를 안전하게 채취하는 작업, 문화재급 노거수 관리도 이들 몫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순히 클라이밍 기술만 체득해서는 제몫을 하는 아보리스트가 될 수 없다. 나무의 종류와 식생, 관리법에 대해 공부하고 실전에 적용해야 하는 것. 김병모 부회장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서울대학교 이규하 박사에게 수목 생리 강의를 부탁해 아보리스트들에게 수목관리 지식을 쌓게 하는 한편 틈틈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아보리스트에게도 끊임없는 자기계발 노력이 중요합니다. 나무마다 가지치기 포인트와 관리법이 다르기 때문에 수목 생리 강의는 기본, 서적 탐독과 인터넷 서핑을 통해 주기적으로 정보를 얻고 있죠. 최신 클라이밍 기술을 배우기 위해 2년마다 한 번씩 미국으로 교육을 받으러 가기도 합니다.”
 한편 아보리스트의 업무는 산림 방문객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썩은 가지가 바람과 제 무게를 못 이겨 떨어질 때 종종 사람들을 다치게 하기 때문. 썩은 가지를 제대로 솎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아보리스트는 나무와 사람의 생명을 모두 살리는 직업인 셈이다.
 “저희의 고생으로 인해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사람들이 안전하게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만들어지는 걸 보고 있노라면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저희가 행복한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죠.”

 

 

 

아보리스트의 미래는 ‘초록빛’
 196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한 조림지가 빽빽해져 가고 있지만, 아보리스트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되려 아보리스트라는 직업을 아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 정도. 현재 한국아보리스트협회의 레벨1 아보리스트는 80여 명이지만, 실제로 온전한 작업이 가능한 레벨2 아보리스트는 2명에 불과하다. 관리해야 할 숲은 태반인데 정작 전문가가 태부족인 것. 아보리스트에 대한 홍보와 인식 전환이 필수적인 이유다.
 “해외에서는 이미 아보리스트가 당당한 직업군으로 성장했습니다. 특히 미국과 서유럽의 경우 각 수목원마다 아보리스트를 채용할 정도로 직업적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죠. 앞으로 우리나라도 국가적으로 아보리스트를 양성하고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될 거라고 믿습니다.”
 다소 안타까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보리스트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다. 수목관리와 산림복지서비스가 날로 중요해져 가고 있기 때문. 김병모 부회장은 이를 예감하고 한국아보리스트협회와 수목보호관리연구소를 통해 아보리스트 교육 과정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보리스트들의 작업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나무는 사람을 살립니다. 제대로 관리된 숲의 효용성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으니 말할 것도 없죠. 이제는 사람이 ‘올바른 방법으로’ 나무를 살려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리고 아보리스트만큼 여기에 특화된 직업도 없죠. 저희는 지금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나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직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도 꾸준히 조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 아보리스트를 기억해 주시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사)한국아보리스트협회
교육기간 14일
위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1359(WOTT트레이닝센터)
문의 010-5566-3542
홈페이지 www.kaa-arborist.kr


산림조합중앙회 임업기계훈련원
교육기간 10일
위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진고개로 2530-30(임업기계훈련원 일원)
문의 033)661-2925
홈페이지 www.forestcente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