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 에코힐링/2017 에코힐링 봄 호

봄, 600가지 목련이 피어나다 - 천리포수목원

 

 

 

찰나의 꽃 목련이 봄을 알리다
 목련만큼 ‘찰나’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꽃이 또 있을까? 얼마 전까지 담장 너머로 수줍게 피어 오르는 꽃봉오리를 본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시든 꽃잎이 땅바닥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과 잔인함이 느껴진다. 젊음을 느끼는 순간 젊음이 이미 사라지고 없듯, 피어난 순간부터 지기 시작하는 목련은 마치 인생에서 청춘과도 같아 늘 아쉬움이 남는다.
 목련은 눈이 오는데도 봄을 부른다는 의미로 ‘근설영춘(近雪迎春)’이라 불리는데, 보통 식물이 생존을 위해 태양을 향하지만 목련의 꽃봉오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북쪽을 바라보며 핀다. 옛 선비들은 북쪽을 임금에 대한 충절로 여겨 ‘북향화’라는 애칭을 지어 주기도 했다. 다양한 사연이 담긴 목련을 떠올리면 대부분 하얀 목련 아니면 자줏빛 목련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천리포수목원에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지색이나 노란색 목련, 겹꽃이 핀 목련, 버드나무처럼 가지가 늘어진 목련 그리고 만개해도 오므린 모양을 간직한 목련 등 처음보는 목련 꽃들의 향연에 대부분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약 600가지 품종의 목련이 봄이 되면 앞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한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목련 축제가 봄철 내내 열린다.

 

 

 

 

 

 

 

 

 

 

 

 

 

 

 

 

 

 

 한 송이 목련으로 시작한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이 목련을 상징하는 이유는 설립자와 관계가 깊다. 1945년 미국 해군 장교로 한국에 온 24세 칼 페리스 밀러는 한국 특유의 정과 풍경에 이끌려 정착하게 된다. 한국은행에서 근무하던 1962년, 가난한 농민의 땅 2천 평을 사달라는 부탁을 외면하지 못하고, 수목원 터를 구입했는데, 너도나도 소문을 듣고 땅을 팔려고 했다.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수목원 조성에 나선 그는 ‘민병갈’이라는 이름의 한국 귀화 1호 미국인이 됐으며, 이후 결혼도 하지 않고 모든 재산을 수목원 조성에 투자했다. 1973년 황폐한 모래 언덕이었던 수목원 자리에 처음 심었던 나무가 바로 목련이었다. 목련에 반한 그는 이후 사재를 털어가며 외국의 식물원과 양묘장, 목련 애호가로부터 목련 품종을 수집했고, 1997년 국제목련학회 총회를 유치함으로써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바다와 목련의 아름다운 어울림
 천리포수목원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아 ‘신의 비밀정원’으로 불렸다. 허락을 받은 식물학자나 후원회원만이 출입할 수 있었는데, 이는 ‘수목원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나무다’라는 설립자의 의지가 반영됐던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 2009년부터는 ‘꽃 한송이가 밟히면 열 송이를 심겠다’는 비전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총 18만평 부지에 본원에 해당하는 밀러가든과 생태교육관,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골 등 7개 지역으로 이뤄져 있으며, 목련류 600종, 동백나무 300종, 호랑가시나무류 400종, 무궁화 300종, 단풍나무 200종 등 총 1만 5,600수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밀러가든 내 커다란 큰 연못 주변에 피어난 다양한 목련들은 반짝이는 물결에 반사되어 운치를 더한다.
 천리포수목원의 발자취를 알고 싶다면 민병갈 기념관에 가보자. 집무실과 갤러리는 물론 그가 살아생전 좋아했던 개구리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 기념관을 나오면 숲길이 이어진다. 천리포수목원은 솔바람길, 꽃샘길, 수풀길, 소릿길, 민병갈의 길, 오릿길 등 다양한 산책길이 조성돼 있는데, 바람의 언덕에서 오르면 모세의 기적이 펼쳐지는 낭새섬이 보인다. 특히 석양으로 수평선이 붉게 물들 때 가장 아름답다. 바다 조망이 가능한 것도 천리포수목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천리포수목원의 봄은 바다의 시원함과 목련의 우아함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시기다. 목련이 지기 전, 목련의 향연을 마음껏 누려보자.

 

 

 

 

 

Information-천리포수목원


서해안의 태안반도 만리포 해변 옆 천리포라 불리는 해변 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 사립 수목원이자 세계적인 수목원이다.

총 18만평 규모에 보유수종은 총 15,600종이며 다양한 식물 종 수집 및 식재 관리, 교육, 전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위치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1길 187
- 문의 041)672-9982
- 홈페이지 www.chollip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