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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에코힐링/2016 에코힐링 겨울호

양평 치유의 숲

 

 

 

 

모든 사람 아우르는 포용의 숲


나뭇가지에 앉은 서리꽃이 하얗게 빛나던 날, 새벽안개를 뚫고 황거길로 들어섰다. 그 호젓한 시골길 걷고 있자니 어느새 양평 치유의 숲이 지척이었다. 숲 입구 양쪽을 수문장처럼 지키고 서 있는 소나무들을 지나자, 계곡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목조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동행한 수원국유림관리소 장동원 주무관이 자랑스레 말했다. “숲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곡 모양을 따라 건물을 차곡차곡 올렸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건물들은 숲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건강증진센터, 치유실, 치유데크마당, 온열치유실이 여유롭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모든 건물은 경사가 완만한 데크로드로 연결돼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모든 데크로드 경사를 8% 이하로 조정했습니다. ‘누구든 편안하게 양평 치유의 숲을 이용해야 한다’는 신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지난 3년간 양평 치유의 숲은 건강증진센터를 중심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숲길 열두 코스를 만들었다. 그 길이가 장장 15.9km에 이른다. 기존의 등산로와 임도를 적극 활용해 숲과의 공존을 모색한 것이 특징. 그중 먼저 건강증진센터 왼편에 난 숲길로 방향을 틀었다. ‘숲길 1, 2, 3, 4 LINE’이라는 팻말을 따라가자 균형잡기, 나무 기둥 건너기, 네트 잡고 건너기 등 통나무로 만든 놀이기구가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부터 숲과 교감해야 아이들 몸과 마음이 더 튼튼해진다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 통나무놀이숲과 건강증진센터 1층의 어린이체험실, 어린이체험마당을 마련해 아이들의 ‘숲 진입 문턱’을 낮췄죠. 앞으로 장애인, 아이들 할 것 없이 모든 국민들이 양평 치유의 숲 안에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익숙함이 선사하는 ‘여유의 기쁨’


숲길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편안했다. 온탕에 들어온 것처럼 심신이 올올이 풀렸다. 자연스레 보폭이 줄어들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숲을 둘러보며 상쾌함을 만끽했다. 그 모양을 본 장동원 주무관이 내심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평 치유의 숲에서는 금강송처럼 굵고 장쾌하게 뻗은 나무 대신 소나무, 낙엽송, 잣나무, 굴참나무, 왕벚나무, 꼬리조팝나무 등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로 숲이 채워져 있어요. 그래서인지 저도 이곳을 조성하는 내내 마음이 편하더군요.”
양평 치유의 숲은 대부분의 숲길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순환형 구조다. 따라서 길을 잃을 확률도 매우 낮거니와, 곳곳에 표지판이 설치돼 있어 길 안내를 돕는다. 참가자들은 그저 낙엽 바스락거리는 감촉, 바람이 휘파람 부는 소리, 몸속으로 밀려드는 ‘여유의 기쁨’을 마음껏 즐기면 그만이다. 풍욕장, 숲 속 하모니장, 치유명상움막, 숲 속 오두막 등 숲길 중간중간 설치된 자연친화적 시설들은 그 기쁨을 한층 깊이 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고즈넉이 가슴을 채우며 걷고 있자니 웬 굴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장동원 주무관이 옛 금광이라고 일러준다. 숲길을 따라 이런 폐광이 열두 개나 있단다. 과거에는 이곳이 금광촌이었던 것. 양평 치유의 숲은 폐광 중 몇 군데를 추려, 굴 앞에 데크마당을 깔아 놓고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꾸몄다. 한여름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굴도 있다고 하니, 이야말로 양평 치유의 숲의 보물이자 트레이드마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천천히, 보다 행복하게


 숲길을 따라 건강증진센터로 돌아오니, 장동원 주무관이 본격적인 숲길은 이제부터라며 오른편을 가리킨다. 양평 치유의 숲이 자랑하는 ‘슬로우로드’다. 기존 임도와 새로 개설한 숲길을 합친 슬로우로드는 난이도에 따라 거리 2.2km·평균 경사 10%의 제1코스, 거리 4.0km·평균 경사 9.6%의 제2코스, 거리 5.5km·평균 경사 8.5%의 제3코스 등 총 세 개 코스로 조성돼 있어 참가자 상황에 따라 맞춤형 선택이 가능하다. 게다가 명상과 산림욕을 돕는 숲 속 오두막과 주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양평 치유의 숲은 700m가량 떨어져 있는 황거마을과 손잡았다. 조성 계획 단계에서부터 마을 주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 양평 치유의 숲은 오로지 숲 치유에만 전념하고, 숙박시설과 식당 등 편의시설은 황거마을에서 맡는 이른바 ‘2인 3각 시스템’은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양평군의 문화와 전통을 알리는 데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첫 단추로 양평 치유의 숲은 황거마을과 연결된 숲길을 만들어 보다 쉽게 왕래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을 생각하는 양평 치유의 숲의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어느새 안개가 사라지고 햇살이 내려온다. 마음을 뒤덮었던 ‘속세의 안개’도 양평 치유의 숲이 선사한 ‘힐링 햇살’에 밀려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 한만한 걸음걸이와 밝아진 눈빛으로 지나온 숲길을 되돌아본다. 정겹고 푸근한 그 모습 그대로다. 내년 봄께에 개장을 한다던 장동원 주무관의 말이 떠오른다. 싱그러움으로 단장돼 있을 그 계절의 양평 치유의 숲을 보다 느긋하게 거닐며, 보다 행복해질 상상을 하니 기대와 설렘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다시 보자, 숲아.’ 머릿속으로 조용히 읊조리며, 올 때보다 힘찬 발걸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